난 정말 나 자신을 모르는 것 같다.

 

회식 자리는 모든 직원들은 항상 소고기를 원해왔었고,

나 자신도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다지 돼지고기 회식을 하지 않았었다.

그러던 어느 날 전체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.

치과 전체 회식이다보니 삼겹살을 먹으러 갔는데,

그날따라 그 집 삼겹살이 맛이 있어서 

"난 돼지 고기 싫어하는데, 이 집 삼겹살은 맛이 있네."

하며 먹고 있었던 터였다.

그 모습을 지켜보던 당시 인턴이었던 김경원 선생이

"선생님, 그 정도면 돼지고기 좋아하시는 편이예요."

라고 하더라.

그 때 깨달았다.

아... 난 돼지고기를 좋아하는구나.

 

아버지는 돼지고기 냄새를 싫어하셨고,

이 때문에 우리 집 식탁에는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은 거의 없었다.

나도 대학시절 친구들과 싼 대패 삼겹살 정도 다녔기에 제대로 된 삼겹살을 먹어본 적이 없고,

근 40년간 돼지고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.

 

그런데 이 사건 이후로 밝혀진 내가 싫어하는 것들은

사실 내가 정말 싫어했던 것이 아닌

그냥 싫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상당수 있더랬다.

음식만 해도 참 많더라.

면 종류?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,

라면이나 스파게티는 잘 먹고 좋아하고.

양고기, 잘 구우면 왤케 맛있는지.ㅎㅎㅎ

 

난 참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(실제 그랬는지 안그랬는지도 모르겠다)

지금은 외향적에 가깝다. 아니 거의 확실하다고 주변에서는 이야기한다.

 

난 내 자신을 참 몰랐던거다.

그러고보니 내 자신을 관조해본 적은 있는가 싶었더니

온갖 선입견으로 제대로 보고 있지도 못했다.

 

비단 나만 그렇겠는가.

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,

부모 형제 혹은 주위 사람들이 말해주는, 아니면 자기 최면의 결과로

자기 모습을 진짜 자기 모습으로 본인이 고착화시킨 이미지가

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.

 

누가봐도 남보다는 자기가 더 중요한 사람인데,

자기는 이타주의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.

 

자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하고 본인도 믿고 있지만,

실상 누구보다도 매정하고 자신만이 정의를 이야기하는 사람.

 

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겠지만.

 

 

p.s.

그래도 그 뒤로는 자신을 좀더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.

싫어하는 것들을 정말 싫어하는지 다시 고민해보고,

좋아하는 것들을 정말 좋아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곤 한다.

물론, 여전히 고수, 미나리, 샐러리 등 향이 강한 식물계열을 잘 못 먹겠다. ㅎㅎㅎ

이건 진짜 안 맞는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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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Coolz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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